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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김대건 순례길'을 가다. 인쇄하기
이름 관리자
2020-07-01 11:41:36 | 조회 : 141

가톨릭신문 2020.07.05 발행 [3202, 11]

 

 

 

‘청년 김대건 순례길’을 가다

 

첫 사목지 ‘은이’와 시신 안장된 ‘미리내’… 사목열정 어린 길을 걷다

5코스 중 ‘사랑의 길’ 선택

은이성지에서 시작한 순례

묵주기도하며 고갯길 넘으면

울창한 숲과 미리내성지 만나

 

 


한 부부가 6 27일 은이성지 입구에서 시작되는 청년 김대건 순례길을 걷고 있다.

 

수원교구와 용인시는 올해 초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발자취가 서려있는 은이성지와 미리내성지를 잇는 ‘명.품 순례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예전부터 가톨릭 신자들이 김대건 신부를 기리며 걷던 순례길을 재정비해 신자들뿐만 아니라 모두가 함께 김대건 신부가 보였던 인간애와 평등, 박애 등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김대건 신부가 사목활동을 위해 걸었던 이 순례길은 등산로 정비와 휴식처 조성 등을 통해 ‘청년 김대건 순례길’로 재탄생했다.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신심미사일(7 5)을 맞아, 청년 김대건 순례길 5개 코스 중 ‘사랑의 길-능선길’을 걸어봤다.

 

 

 

순례는 은이성지에서 시작했다. 은이성지는 김대건 신부가 1836년 모방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고 신학생으로 선발된 유서 깊은 곳이다. 은이성지 입구에는 ‘청년 김대건 순례길’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었다. 표지판에는 5개 코스의 약도가 그려져 있어, 기자가 가야할 길을 가늠할 수 있었다.

 

은이성지에서 은이골 가족캠핑장까지는 널찍한 아스팔트길이 연결돼 있으며, 캠핑장을 가로질러 지나가면서부터 산으로 오르는 임도가 시작된다. 왼쪽에 계곡을 끼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걸으면 어느덧 임도도 끝나고 오르막 등산로가 펼쳐진다. 비가 온 탓에 바닥은 젖어 있었지만, 매트가 깔려있어 수월하게 걸을 수 있었다. 또 가파른 길에는 계단과 로프가 있어 초심자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신덕고개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이어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했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신덕고개까지 오르자 애덕고개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나타났다. 잠시 숨을 고르고 묵주를 꺼냈다. 이 힘든 산길을 수없이 오르내렸을 김대건 신부를 기억하며 ‘고통의 신비’를 묵상하기 시작했다. 한 알 한 알 묵주를 세며 능선길을 걸으면서 ‘김대건 신부는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걸었을까’하고 생각에 빠졌다. 신덕고개까지 올라오기 벅찼던 마음에 고통의 신비를 묵상했는데, 김대건 신부는 신자들을 만나러 간다는 기쁨에 가득 차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잠시 부끄러워졌다.

 

신덕고개에서 문수봉을 거쳐 애덕고개까지의 능선길은 총 7.9㎞로 세 시간 가량 걸렸다. 능선길은 다소 오르내림이 있지만 걷기 편했고, 중간 중간 주변의 경치도 즐길 수 있었다. 또 울창하게 우거진 숲으로 햇볕의 방해를 받지 않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었다.

 

마침내 애덕고개에 이르렀다. 애덕고개를 알리는 비석 앞에는 휴식처 공사를 위한 자재가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용인시에 따르면, 6월 안에 공사를 마무리하고 9월부터는 순례자를 대상으로 스탬프 투어 등의 기획을 시작한다.

 

이제 내리막길이다. 15분 정도 산길을 내려오니 울창한 금강송 숲이 펼쳐졌다. 바로 미리내성지다. 금강송 옆에는 아담한 한국 순교자 79위 시복기념경당이 있으며, 경당 앞에는 김대건 신부의 묘소가 있다. 은이성지에서 미리내성지까지 약 네 시간이 걸렸다.

 

박해시대 김대건 신부는 은이를 중심으로 이 험한 산길을 밤에만 다니면서 사목활동을 했다고 한다.

 

김대건 신부는 이 길을 통해 은석골, 텃골, 사리틔, 검은정이, 먹뱅이(묵리), 한덕골, 미리내, 한터, 삼막골, 고초골, 용바위, 모래실, 단내 등지에 흩어져 있는 교우들을 찾아 성사를 베풀고 사목 활동을 펼쳤다. 신자들을 사랑하는 김대건 신부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길인 것이다.

 

또 이 순례길은 김대건 신부의 마지막 길이기도 했다. 선교사들의 입국로를 찾던 김대건 신부는 인천 앞바다 순위도에서 체포됐고, 1846년 새남터에서 군문효수형으로 순교했다. 당시 먹뱅이(묵리)에 살던 이민식(빈첸시오)와 몇몇 교우들은 포졸들의 눈을 피해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몰래 빼냈다. 이들은 목숨을 걸고 밤에만 이 산길을 걸어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미리내에 안장했다.

 

김대건 신부가 사목활동하기 위해 끊임없이 걸었고, 신부의 유해가 옮겨졌던 청년 김대건 순례길. 순례길은 신자들과 우리 민족을 사랑했던 김대건 신부의 삶과 열정을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제 신자들만이 알음알음으로 걸었던 이 순례길이 용인 지역의 명소로 거듭나게 된다. 이 순례길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김대건 신부의 삶을 따르게 되길 기대한다.

 

 

 

한 부부가 6월 27일 청년 김대건 순례길 중 

신덕고개에서 애덕고개로 이어지는 ‘사랑의 길 - 능선길’을 걷고 있다.

 

 

미리내성지 한국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성당의 웅장한 모습.

 

은이성지 김대건기념관.

 

 

순례자 배려 차원에서 가파른 길에 조성된 계단

 


미리내성지 한국 순교자 79위 시복기념경당과 김대건 신부 묘소.

 

 

■ 청년 김대건 순례길은…

 

수원교구와 용인시가 재단장 중인 청년 김대건 순례길은 모두 다섯 가지 코스가 있다.

은이성지에서 미리내성지까지 이어지는 ‘사랑의 길’은 능선길(9.8)과 마을길(12.5) 두 가지 코스가 있다. 이 길은 김대건 신부의 사목활동로, 신자들을 위해 사목적 열정을 불태운 그의 사랑이 담겨 있다. 또 은이성지에서 골배마실로 이어지는 ‘믿음의 길’(2)은 김대건 신부의 신앙을 확인하는 자리이며, 은이성지에서 한덕골성지까지 이어지는 ‘희망의 길’은 어린 김대건이 가족과 함께 신앙을 위해 피신해온 길이다. 마지막으로 고초골 피정의 집에서 애덕고개까지 이어지는 ‘굳셈의 길’(9.9)에서는 김대건 신부 이전부터 교우촌을 형성하고 200년이 넘게 신앙을 지켜온 고초골의 굳은 신앙을 확인할 수 있다.

 

은이성지 전담 이상훈 신부는 “이 순례길을 걸으면서 신자들이 김대건 신부님이 보여주셨던 신앙과 사제로의 열정을 다시금 되새기고 우리의 신앙을 굳건하게 다지길 바란다”면서 “성인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청년 김대건 순례길이 신자들이 신앙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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